잘되고 있는데도 믿지 못한 사람
장사가 잘되면 보통은 확장부터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픈 일주일 만에 외국인 손님이 매일 결제하는 걸 보고도 "이상하다"며 의심부터 한 사람이 있습니다.
한석준 아나운서의 인터뷰에 출연한 공간임대업 운영자 '소행' 님의 이야기입니다. 40대 중반, 두 아이의 엄마이자 CJ 계열사 과장 출신인 그녀는 지금 단기임대 20개, 고시원 7개를 운영하며 약 200곳으로부터 월세를 받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 숫자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거친 과정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따로 있습니다. 바로 숙박업 1위 기업에 '청소 하청'으로 들어간 일입니다.
먼저 크게 실패해 본 사람이었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의심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 뒤 아이 학교 근처 식당을 매수해 창업했는데, 인수 10일 만에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그 식당을 사기 위해 서울의 '똘똘한 아파트'까지 팔았던 상황이었습니다. 가게를 팔아야 폐업할 수 있는데 공실로 두면 더 안 팔리니, 다음 매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적자를 보며 장사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20개월 만인 2021년에 정리했을 때 남은 건 숫자로 셀 수 있는 빚만 약 5억 원이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이때 "잘못된 창업을 하면 가족이 같이 무너진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합니다.
그 뒤로 구매대행, 쿠팡, 스마트스토어, 쿠팡 파트너스, 공동구매, 공부방, 체험단 등 여덟 가지 부업을 직접 해보고 하나씩 지워 나갔습니다. 아홉 번째로 시작한 게 공간임대업이었습니다.
"식당을 하려면 식당 알바부터 하라"
식당 실패에서 얻은 교훈은 단순했습니다. 해보지 않은 일에 큰돈을 걸지 말 것.
그래서 공간임대업도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했습니다. 보증금이 가장 싼 반지하, 그것도 자기 집이 아니라 누군가 맡긴 숙소였습니다. 인테리어는 셀프로, 가구는 중고거래로 해결했습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일주일 만에 외국인 예약이 매일 들어왔습니다. 믿기지 않아서 두 달 동안 지인 8명의 숙소를 추가로 맡아 운영해 봤는데, 그것도 잘됐습니다.
보통이라면 여기서 확신을 가졌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는 한 번 더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숙박 1위 기업에 청소하러 들어가다
그녀가 선택한 방법은 국내 숙박업 1위 중소형 기업, 연 매출 약 2,500억 원 규모라고 소개한 회사에 청소 업무로 지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서류를 통과하고 임원 면접까지 거쳐 하청 업체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그 회사의 숙소 약 30곳을 직접 청소하며 돌아다녔습니다. 그녀가 본 건 이것이었습니다.
"여기 갈 때마다, 저기 갈 때마다 다 잘되는 거예요."
자기 숙소 몇 개가 잘되는 건 운이나 본인 실력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남이 운영하는 수십 곳이 위치와 상관없이 모두 잘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녀는 이것이 자기 기술 덕분이 아니라 한국을 찾는 수요층 때문에 잘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결론 내렸다고 말합니다.
그 확신이 생긴 뒤에야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일을 본격적으로 알려주기 시작했고, 19개월 동안 500건의 숙소 계약을 도왔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건 지금도 그 하청 청소를 계속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객실 30개를 여전히 맡고 있다고 합니다.
"실력인가, 시장인가"를 구분한다는 것
이 이야기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청소라는 일 자체가 아니라, 검증하는 방식입니다.
첫째, 내 성과와 시장의 힘을 분리해서 봤습니다. 내 숙소가 잘된다는 사실만으로는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이 운영하는 다수의 사례를 직접 보면서 "누가 해도 되는 구조인가"를 확인했습니다.
둘째, 돈이 아니라 몸으로 데이터를 모았습니다. 큰 자본을 넣지 않고 청소라는 가장 낮은 진입로로 업계 1위의 현장을 들여다봤습니다.
셋째, 확신이 생긴 뒤에도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공간임대업을 시작한 건 2024년이지만, 자기 명의의 첫 사업장(고시원 건물)은 2025년 4월에야 열었습니다. 1년 동안 남의 숙소를 하나도 실패 없이 운영하는 모습을 가족에게 보여준 뒤였습니다.
다시 시작한다면 어떻게 할까
그녀는 만약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보증금 500만 원, 월세 50만 원짜리 작은 곳부터 하겠다고 말합니다. 남의 성공 사례가 아무리 많아도 그건 남의 것이고, 내 통장에 직접 입금이 돼봐야 두렵지 않다는 이유입니다.
식당으로 5억을 잃은 사람이 숙박 1위 기업의 청소부가 되기를 선택한 이유. 그것은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기 위해서였습니다. 업종이 무엇이든, 창업을 앞두고 있다면 한 번쯤 스스로에게 물어볼 만한 질문이 남습니다.
"지금 잘되는 이유가 나 때문인가, 시장 때문인가. 나는 그걸 확인해 봤는가?"
※ 이 글은 해당 인터뷰 영상에서 출연자가 밝힌 경험과 주장을 바탕으로 정리한 것입니다. 언급된 수치와 실적은 출연자 본인의 설명이며, 공간임대업(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등)을 시작하려면 업종별 등록 요건과 현행 규정을 반드시 별도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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