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를 오래 공부한 사람일수록 '어려운 물건'에서 수익을 찾으려 합니다. 유치권, 법정지상권, 지분, 선순위 임차인. 권리관계가 꼬일수록 경쟁자가 줄고, 그만큼 싸게 살 수 있다고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파트 수십 채를 낙찰받았다는 한 경공매 투자자는 정반대의 말을 합니다. 특수물건을 처리할 줄 알지만 요즘은 거의 하지 않는다고요. 쉬운 물건만으로도 충분히 수익이 나는 시장이라는 겁니다.
이 글은 그 '쉬운 물건'이 어디에 숨어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혹시 이런 생각 하고 계신가요?
공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 아마 이런 의심부터 드셨을 겁니다.
- 세금 안 내서 압류된 물건이면 뭔가 하자가 있는 거 아닐까?
- 집 안을 볼 수도 없는데, 들어가 보니 엉망이면 어떡하지?
- 살고 있는 사람 내보내는 명도, 그게 제일 무섭다던데.
- 경매보다 정보도 적은데, 결국 고수들만 먹는 판 아닌가?
- 지금 공부 시작하면 이미 늦은 거 아닐까?
전부 합리적인 의심입니다. 실제로 공매 물건 상당수는 위 걱정이 맞아떨어집니다. 그런데 공매 안에는 이 다섯 가지 걱정이 거의 해당되지 않는 물건군이 따로 있습니다. 그걸 구분하는 눈만 있으면 됩니다.
이 내용을 말한 사람은 누구인가
근거 없는 이야기는 읽을 가치가 없으니 출처부터 밝히겠습니다. 이 글은 한 경공매 투자자의 유튜브 설명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본인 설명에 따르면 그는
- 경북 울진의 아파트 단지 50채를 공매로 한꺼번에 낙찰받았고(약 13억 5천만 원, 최저가 100%로 입찰했다고 밝힘)
- 임대를 놓은 뒤 전세금 회수로 통장에 약 10억 원이 다시 들어왔으며, 대출이자를 빼고도 월 1천만 원 이상의 수익이 났다고 하고
- 은행이 정리한 점포를 매입해 대형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으로 임대한 경험도 있다고 말합니다.
위 수치는 모두 화자 본인의 주장이며, 공개 자료로 별도 검증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숫자보다 중요한 건 그가 물건을 고르는 기준입니다. 그 기준은 누구나 검증해 볼 수 있으니까요.
공매라고 다 같은 공매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공매를 하나로 뭉뚱그려 생각합니다. 여기서 첫 번째 차이가 생깁니다. 온비드에 올라오는 물건은 출처에 따라 성격이 완전히 다릅니다.
| 구분 | 법원 경매 | 압류재산 공매 | 기타일반재산(수탁재산) 공매 |
|---|---|---|---|
| 나오는 이유 | 대출·채무 불이행 | 국세·지방세 체납 | 금융기관·기업이 더 이상 쓰지 않는 자산 정리 |
| 물건 상태 | 천차만별 | 천차만별 | 사옥·사택 등 관리된 물건이 많음 |
| 내부 확인 | 대부분 불가 | 대부분 불가 | 내부 사진 공개 사례 있음 |
| 명도 | 점유자 있으면 필요 | 매수자 책임, 부담 큼 | 공실이면 매도 기관과 인수인계 |
| 입찰 방식 | 법원 현장 입찰 | 온비드 전자입찰 | 온비드 전자입찰 |
핵심은 마지막 열입니다. 기타일반재산은 누가 돈을 못 내서 빼앗긴 집이 아니라, 주인이 필요 없어져서 내놓은 집입니다. 은행이 더 좋은 사택을 마련했다거나, 지점을 통폐합했다거나. 물건에 문제가 있어서 나온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압류재산은 입찰 일정부터 다르다
압류재산 공매는 보통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입찰하고 목요일에 개찰하며, 유찰되면 매주 최저가가 10%씩 내려가는 구조입니다. 반면 기타일반재산은 매각 기관마다 일정이 제각각입니다. 요일만 믿고 있다가 마감을 놓치는 경우가 많으니 공고문의 입찰 시작일과 마감일을 반드시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판단법: 충주 연수동 은행 사택
화자가 소개한 물건은 충북 충주 연수동의 아파트로, 신한은행이 사택으로 쓰다 매각을 위탁한 기타일반재산이었습니다. 입찰 기간은 2026년 8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로 이미 종료됐습니다. 그래도 이 물건을 뜯어보는 이유는, 좋은 물건이 가진 공통 신호가 전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신호 1. 집 안을 볼 수 있다
경매에서는 외관 사진이 전부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물건은 내부 사진이 공개돼 있었고, 싱크대에 필름만 새로 입히고 조명만 바꾸면 바로 매도할 수 있겠다는 견적이 사진만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인테리어 비용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는 건 수익 계산의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신호 2. 공실이고, 상대가 은행이다
공고상 인도 책임은 낙찰자에게 있었지만 현재 공실이었고, 넘겨받을 상대는 개인 점유자가 아닌 은행입니다. 열쇠를 받는 일이 사람을 내보내는 일보다 훨씬 쉽다는 건 설명이 필요 없겠죠.
신호 3. 시세와의 간격이 뚜렷하다
화자에 따르면 최저입찰가는 약 2억 6천만 원, 인근 동일 단지 매물 호가는 약 3억 3천만 원이었습니다. 단순 계산으로 약 7천만 원의 차이입니다. 거래도 꾸준히 이어지는 단지였고, 생활 편의시설이 모인 중심지에 위치해 있었습니다.
이 물건을 모르는 사람은 일반 매물로 3억 3천에 사고, 아는 사람은 명도 걱정 없이 온비드에서 2억 6천부터 입찰한다. 정보의 차이가 곧 가격의 차이다.
명도 없는 공매 물건 고르는 체크리스트
- 재산 구분 확인: 압류재산인지, 금융기관·기업이 내놓은 기타일반재산인지부터 봅니다.
- 매각 위탁 기관 확인: 집행기관(위임 기관)이 은행·공기업이라면 인수인계가 깔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점유 현황 확인: 공고문의 '현재 상태'에 공실 여부가 적혀 있는지 봅니다.
- 내부 사진 유무: 사진이 있다면 인테리어 비용을 미리 산정합니다.
- 시세 교차 검증: 실거래가와 현재 매물 호가를 둘 다 확인하고, 최저가와의 간격을 계산합니다.
- 입찰 기간 별도 확인: 기타일반재산은 요일 규칙이 없으니 공고의 날짜를 캘린더에 적어 둡니다.
- 현장 확인: 사진이 있더라도 공부 열람과 현장 답사는 입찰자 책임입니다.
공매 입찰 전, 이 3가지 착각은 버리세요
착각 1. 공매는 입찰에 돈이 안 든다
공매도 입찰보증금(통상 입찰가의 10%)을 온비드가 부여한 가상계좌에 미리 넣어야 합니다. 다만 법원에 갈 필요 없이 집에서 전자로 입찰하고, 떨어지면 보증금이 바로 환불되기 때문에 심리적·시간적 부담이 훨씬 적습니다. 화자가 공매의 최대 장점으로 꼽은 것도 바로 이 전자입찰의 편리함입니다.
착각 2. 공매가 무조건 경매보다 싸다
화자도 이 부분을 분명히 경계합니다. 지금은 경매 물건도 많이 쏟아지는 시기라, 공매만 보지 말고 같은 지역·같은 유형의 경매 물건과 나란히 놓고 비교해야 한다는 겁니다. 고를 게 많은 시장일수록 비교하는 사람이 이깁니다.
착각 3. 공부를 마치면 바로 좋은 물건이 나온다
그렇지 않습니다. 화자 역시 50채짜리 물건과 은행 점포 같은 우량 물건들을 1년 안에 몰아서 산 게 아니라, 몇 년에 걸쳐 하나씩 만났다고 말합니다. 은행이나 기업이 자산을 한꺼번에 정리하는 시기에 우량 물건이 몰려 나오는데, 그 타이밍은 공부를 끝낸 날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기술을 갈아 두고 기다리는 사람만 그 타이밍을 잡습니다.
고수가 특수물건을 안 하는 진짜 이유
여기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어려운 물건을 처리할 수 있는 사람이 왜 쉬운 물건만 고를까요?
답은 단순합니다. 옵션을 갖고 있는 것과, 그 옵션을 언제 쓰느냐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유치권 때문에 가격이 크게 떨어진 물건이라면 그때 특수물건 기술을 꺼내면 됩니다. 하지만 명도도 필요 없고 하자도 없는 물건으로 수천만 원의 차익이 나는 시장이라면, 굳이 소송과 시간을 감수할 이유가 없습니다.
어려운 걸 할 줄 아는 사람이 쉬운 걸 고르는 것. 그게 실력입니다.
마무리
이 글을 읽고 당장 온비드에 가입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다만 다음에 아파트를 알아볼 일이 생기면, 일반 매물을 보기 전에 한 번만 온비드에서 같은 동네를 검색해 보세요. 같은 단지, 같은 평형이 은행 사택으로 나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걸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며, 영상 속 화자가 밝힌 낙찰 사례와 수익 수치는 본인 주장으로 별도 검증되지 않았습니다. 소개된 충주 연수동 물건은 입찰이 종료된 지난 사례입니다. 공매 입찰 시 권리분석, 점유 현황, 공부 열람, 현장 확인은 입찰자 책임이며, 실제 투자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 상담과 본인 확인을 거쳐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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