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코스피는 연간 75.6% 상승하며 OECD·G20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사상 처음 4000선을 넘어섰고, 이후에도 상승세가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개인투자자의 상당수는 정작 수익을 내지 못했습니다. 자본시장연구원이 코로나19 국면의 개인투자자 거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의 약 46%가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장은 오르는데 왜 내 계좌만 마이너스일까요? 답은 단순히 "운이 없어서"나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닙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층위의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인간의 뇌에 새겨진 심리적 편향이고, 다른 하나는 애초에 돈이 만들어지는 방식 자체입니다.
실험실에서 드러난 개인투자자의 민낯
한 방송사가 다양한 투자 경력(0.5년~20년)의 개인투자자 25명을 모아 진행한 심리 실험 시리즈는, 왜 개인투자자의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지 못하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1. 상금 실험과 벌금 실험 — 이익 앞에서는 안전하게, 손실 앞에서는 위험하게
참가자들에게 두 가지 상황을 제시했습니다.
| 상황 | 선택지 A | 선택지 B | 참가자 선택 |
|---|---|---|---|
| 상금(이익) 상황 | 100% 확률로 3천만 원 | 80% 확률로 4천만 원 / 20% 확률로 0원 | 대다수가 확실한 3천만 원(A) 선택 |
| 벌금(손실) 상황 | 100% 확률로 3천만 원 벌금 | 80% 확률로 4천만 원 벌금 / 20% 확률로 0원 | 대다수가 불확실한 쪽(B) 선택 |
기대값만 놓고 보면 두 상황 모두 계산은 똑같습니다. 그런데 이익 상황에서는 안정을 택하고, 손실 상황에서는 오히려 위험을 택하는 정반대의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를 전망이론(Prospect Theory)으로 설명합니다. 핵심은 이것입니다.
사람은 같은 크기의 이익보다 손실을 훨씬 더 고통스럽게 느낀다. 그래서 이익 앞에서는 위험을 피하고, 손실 앞에서는 오히려 위험을 무릅쓴다.
이것이 바로 손실회피(Loss Aversion) 편향입니다. 투자에서는 "확정된 손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감정으로 나타납니다.
2. 매도 실험 — 왜 오른 주식부터 파는가 (처분효과)
수익률이 각각 +20%, +10%, -10%, -20%인 네 종목 중 급전이 필요해 하나를 팔아야 한다면, 당신은 무엇을 팔겠습니까? 실제 실험에서는 23명 중 15명이 수익 난 종목을, 8명이 손실 난 종목을 선택했습니다.
| 선택 | 인원 |
|---|---|
| +20% 수익 종목 매도 | 12명 |
| +10% 수익 종목 매도 | 3명 |
| -10% 손실 종목 매도 | 1명 |
| -20% 손실 종목 매도 | 7명 |
이익 종목을 서둘러 팔고 손실 종목은 계속 들고 가는 성향을 처분효과(Disposition Effect)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이게 수익률에 실제로 악영향을 준다는 점입니다. 오른 주식을 너무 일찍 팔아 추가 상승분을 놓치고, 내린 주식은 "본전 오면 팔아야지" 하며 손실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실험에 참여한 투자자들의 공통된 경험담이었습니다.
3. 소유효과 — 내가 가진 것은 더 가치 있어 보인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지금 쓰는 주차공간을, 더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다른 공간으로 옮기겠는가"를 물었을 때 대부분 거부했습니다. 손해 볼 게 없는 조건인데도 말이죠. 같은 원리로, 이미 보유한 주식은 객관적 가치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이를 소유효과(Endowment Effect)라 합니다. "정든 종목이라 못 팔겠다"는 말, 심리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현상입니다.
4. 자기과신 — "그 정도는 나도 안다"의 함정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 에베레스트산의 높이처럼 확신이 서지 않는 문제에 최소·최댓값 범위를 넉넉히 잡으라고 안내해도, 참가자 대부분은 범위를 좁게 설정했습니다. 범위가 좁을수록 정답을 포함하지 못할 확률이 높아지는데도 그렇습니다. 투자에서 자기과신은 잦은 매매와 과도한 리스크 감수로 이어져 수익률을 갉아먹는 대표적 요인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심리편향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여기까지는 "개인의 문제"입니다. 원칙을 세우고 훈련하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영역이죠.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이어서 짚은 지점은 더 근본적입니다. 애초에 우리가 쓰는 돈 자체가 경쟁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보도록 설계된 시스템이라는 것입니다.
은행은 예금을 그대로 보관하지 않는다 — 지급준비율과 신용창조
은행에 100억 원이 들어오면, 은행은 이 돈을 전부 금고에 넣어두지 않습니다. 일정 비율만 중앙은행에 지급준비금으로 남기고 나머지는 대출로 내보냅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최초 100억 원보다 훨씬 많은 돈이 시중에 풀리는데, 이를 신용창조라고 부릅니다.
| 단계 | 은행에 들어온 돈 | 지급준비금(10% 가정) | 추가 대출 가능액 |
|---|---|---|---|
| 1단계 | 100억 원 | 10억 원 | 90억 원 |
| 2단계 | 90억 원 | 9억 원 | 81억 원 |
| 3단계 | 81억 원 | 8.1억 원 | 72.9억 원 |
| … | 이런 식으로 반복되며 이론상 최대 1,000억 원까지 통화량이 불어날 수 있음 | ||
이 개념을 대중적으로 설명한 자료 중 하나가 1961년 미국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이 펴낸 소책자 『Modern Money Mechanics』입니다. 다만 참고로 짚어두자면, 이 '승수 모델'은 은행 시스템을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한 설명 방식 중 하나이며, 실제로는 "은행이 먼저 대출을 실행하면서 예금이 만들어진다"는 반대 순서의 설명(내생적 화폐이론)도 학계와 일부 중앙은행에서 제시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의 현행 지급준비율은 예금 종류에 따라 요구불예금 7%, 대부분의 저축성예금 2%, 일부 장기성예금은 0%로 차등 적용되며, 단순히 "일괄 3.5%"는 아닙니다.
이자가 없는 시스템, 그래서 누군가는 반드시 진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이 남습니다. 은행이 돈을 대출로 찍어낸다면, 그 돈을 갚을 때 붙는 '이자'는 어디서 나올까요? 다큐멘터리는 이를 아주 단순한 비유로 설명합니다 — 중앙은행이 딱 1만 원만 발행한 섬이 있고, 이 돈을 연 5%로 빌린 사람은 1년 뒤 1,000원(원금+이자)을 갚아야 합니다. 그런데 섬에 존재하는 돈은 애초에 1만 원뿐이라, 500원의 이자는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결국 이자를 갚으려면 누군가 또 대출을 받아 새 돈을 만들어야 하고, 그 새로운 대출자의 원리금은 또 다른 누군가의 대출로 메워야 합니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빚을 기반으로 돈이 만들어지는 시스템에서는 누군가 빚을 완전히 갚으면 다른 누군가는 갚지 못하고 파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즉 경쟁은 선택이 아니라 시스템의 전제조건입니다.
돈이 불어나면 물가가 오른다 — 인플레이션, 그리고 경기순환
통화량이 늘어난 만큼 물가도 함께 오릅니다. 이를 통화량 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라 부릅니다. 극단적인 사례가 짐바브웨입니다. 2008년 짐바브웨는 국제통화기금(IMF) 추산 기준 물가상승률이 2억 3천만%를 넘어섰고, 일부 경제학자는 그해 11월 정점의 상승률을 이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추산하기도 합니다. 무분별한 화폐 발행이 화폐 가치를 어디까지 무너뜨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단적 사례입니다.
다큐멘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 러시아 경제학자 니콜라이 콘드라티예프가 1925년 제시한 '48~60년 주기의 장기 경기순환론(콘드라티예프 파동)'을 인용해 2008년 금융위기를 이 장기 순환의 '겨울'에 빗대기도 합니다. 다만 이 이론은 경제학계에서 보편적으로 검증·합의된 정설이라기보다, 여러 경기순환론 중 하나로 소개되는 이론이라는 점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개인투자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심리편향도, 화폐 시스템도 개인이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영역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를 '아는 것'만으로도 대응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 매도 규칙을 감정이 아니라 숫자로 미리 정해두기 — "-10% 되면 판다"처럼 손실회피 편향이 끼어들 틈을 없애는 방식
- 매매 횟수 자체를 줄이기 — 잦은 매매는 자기과신의 결과이자 비용 증가의 원인
- 보유 중인 자산에 대한 소유효과를 의심해보기 — "이 종목을 지금 처음 산다면 다시 살까?"를 스스로 물어보는 방식
- 금리·유동성 같은 통화정책 사이클을 큰 그림에서 이해하기 — 개별 종목 분석 이전에 지금이 유동성 확장기인지 긴축기인지 파악하는 습관
마무리하며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뉴스를 보면서도 내 계좌만 마이너스라면, 자책하기 전에 한번 점검해볼 만합니다. 나는 오른 종목을 너무 빨리 팔지는 않았는지, 손실 난 종목을 '언젠가 오르겠지'라며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죠. 심리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다음번 매매 버튼을 누르는 그 3초의 판단에서 갈립니다.
본 콘텐츠는 투자 심리 및 통화 시스템에 대한 일반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종목·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인용된 수치는 출처에 따라 다를 수 있으며, 콘드라티예프 파동 등 일부 경기순환론은 학계 내 다양한 견해가 존재하는 이론입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으며, 실제 투자 결정 전에는 최신 공식 자료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0 댓글